리콴유 싱가포르 初代총리 타계… “내집 기념관 만들지 말고 허물라”
1923~2015
‘싱가포르 건국의 아버지’ 리콴유(李光耀·91) 전 총리가 23일 오전 3시 18분 싱가포르 종합병원에서 폐렴으로 사망했다.
1959년 싱가포르 초대 총리로 취임한 그는 31년간 총리로 재직했다. 이 기간 동안 400달러였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만2750달러로 30배 이상 증가했다. 리 전 총리가 초석을 다진 경제는 그 뒤에도 발전을 거듭해 작년 싱가포르 GDP는 5만6113달러로 세계 8위(아시아 1위)였다. 국가 주요 인프라를 건설해 싱가포르가 아시아 물류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것도 그였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라 불리는 경제 신화를 이룩했지만, 권위주의적 통치 때문에 ‘개발 독재’라는 비판도 쏟아졌다. 그럼에도 리 전 총리는 개의치 않았다. “사람들에게 원하는게 뭔지 물어봐라. 표현의 자유? 아니다. 집, 의료품, 직업, 학교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철저한 ‘실용주의자’였다.
죽음에 임박해서도 그는 실용주의를 놓지 않았다. 4년 전 리 전 총리는 “내가 죽거든 집을 기념관으로 만들지 말고 헐어버려라”는 유언을 남겼다. 집을 철거할 경우 도시개발 계획을 바꿔 주변 건물을 높이 올릴 수 있고, 땅값도 덩달아 올라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네루 총리나 셰익스피어의 집도 시간이 지나 폐허가 됐다”며 “가족도 사진이 있으니 미련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 전 총리의 시신은 오는 29일 국장을 치른 뒤 화장(火葬)될 예정이다. ‘형식’보다 ‘합리성’을 중시하던 평소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2010년 뉴욕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어렸을적 아버지는 할아버지 영정 옆에서‘저승 노잣돈’이라며 종이돈을 태웠습니다. 크면서 저는 그것이 미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죽고 없는데, 어떻게 그 돈을 가져갈 수 있단 말입니까?”
이날 국회와 주요 관공서는 조기(弔旗)를 내걸었다. 일곱살, 여덟 살 딸·아들과 함께 싱가포르 종합병원에 마련된 추모 광장을 찾은 린리우(38)씨는 “아이들에게 그분이 싱가포르의 영웅이고, 철인이며, 싱가포르를 일으킨 수퍼맨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 정상들도 잇따라 추모 성명을 발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리 전 총리는 ‘현대 싱가포르의 아버지’로서만이 아니라 ‘아시아의 위대한 전략가 중 한 명’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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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巨人 떠나다
2015.03.23 (월)
리콴유 싱가포르 初代총리 타계… “내집 기념관 만들지 말고 허물라”
1923~2015‘싱가포르 건국의 아버지’ 리콴유(李光耀·91) 전 총리가 23일 오전 3시 18분 싱가포르 종합병원에서 폐렴으로 사망했다.1959년 싱가포르 초대 총리로 취임한 그는 31년간 총리로 재직했다. 이 기간 동안 400달러였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만2750달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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